쓰담쓰담 다섯째 주제 – 하늘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 머얼리서 온다. //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중략> 마시는 하늘에 /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여러 해전 떠난 티베트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파란 하늘에 나부끼는 타르초를 보는 것이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가족들을 두고 혼자 떠나는 8박 9일간의 티베트 여행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몇 번을 망설였지만 ‘내일이 먼저 올지 다음 생이 먼저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티베트 속담이 결정적으로 가방을 꾸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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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짱열차를 타고 48시간을 달리는 동안, 식물 한계선을 넘은 고원에는 푸른빛이라고는 없는 천연의 흙색이 시작도 끝도 없이 펼쳐졌다.

풀 한 포기 품어본 적 없을 것 같은 황량한 돌무더기 산과, 흙바닥에 입을 대고 멈춰선 야크 무리들. 휑해진 가슴 가득 알 수 없는 서러움이 차오른다.그러다 가끔 군더더기 하나 없이 단아하고 고결한 설산이 나타났다. ‘고고(孤高)’하다! 저곳을 정복하려고 발을 딛는 것은 정말이지 자연에 대한 모독이 될 것 같은 신성함마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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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가슴 시리게 신비로운 것은 ‘하늘’ 빛이다. 파래서, 너무 파래서 오히려 인위적으로 보일 정도의 하늘빛, 그것이 고원의 흙빛을 흙빛으로, 설산을 설산의 빛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 같았다.

‘저것이 진짜 하늘색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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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에 나부끼는 타르초- 긴 줄에 가로로 오색의 천 조각을 줄줄이 이어 단 타르초가 처음엔 ‘신기하고 아름답다’고만 느껴졌지만 가는 곳마다 나부끼는 그 모습이, 척박한 자연에서 나약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간절함이 담겨 있는 몸짓 같아서 눈물이 나도록 애절하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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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대에 색색의 깃발을 단 룽다 역시 마찬가지다. 바람을 뜻하는 ‘룽’과 말[馬]을 뜻하는 ‘다’가 합쳐진 말답게 바람을 타고 세상 끝까지 희망과 그들의 소원이 퍼져나가길 바라본다. 신의 자비와 평화가 그 하늘 아래에도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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