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와, 虛허事사로다. 이 님이 어데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바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찰 뿐이로다 찰하리 싀여디여 落낙月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헤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허사로다. 이 임이 어디 갔는고? 잠결에 일어나 앉아 창문을 열고 바라보니, 가엾은 (내)그림자만이 날 좇을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서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정철의 <속미인곡> 끝부분 일부이다. 멀리서 그리워하던 임을 꿈속에서 만나 마음먹은 얘기를 실컷 해보고 싶었지만 눈물이 쏟아지고 목이 메어 주저하던 사이 방정맞은 닭이 우는 바람에 잠조차 깨버린 여인의 하소연이다. 그리움에 지친 여인은 차라리 지는 달이 되고 싶다 한다. 꿈속에서도 맘껏 볼 수 없는 임이기에 낙월이나 되어 임의 창가를 환하게 비추고 싶다는 그 마음이 애잔하다. 사랑에 빠졌을 땐 그랬다. 그저 그의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행복하다고. 그의 따뜻한 손길까지는 욕심이라 여기며 잠깐의 눈길만으로도 눈물나게 행복하다고. 여인의 하소연을 들어주던 다른 여인이 말한다. “각시님 달이야커니와 구즌 비나 되쇼셔.” 달은 두고 궂은 비나 되라고. 좀더 적극적으로 임 가까이 다가가서 임을 흠뻑 적셔 보란다. 너무 에로틱하다! 나만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