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인건가~ 라면인건가~ 오늘도 내 점심은 라면인건가~' 악동뮤지션의 '라면인건가'를 들으면 자동으로 추리닝을 입고 도림천을 걸어다니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즐겨 듣던 노래는 들을 때마다 특정 시공간을 소환해온다. '라면인건가'를 들으면서 내 신세와 비추어보던 나, 한 달 생활비를 거의 다 써갈 때 라면을 비롯한 즉석식품으로 연명하던 나. 그런 내가 후줄근하게 걸어다니던 도림천. 아무래도 전생인가보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라니. 세상이 바뀌고, 나도 바뀌었다.

그때의 나는 일종의 끝이 있는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믿었다. 터널이 끝나면, 합격을 하고 졸업을 하면 목적지에 짠 하고 도달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더 길고 어두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들어온 느낌이다. 생활비가 모자라서 라면으로 때우는 건 아니라지만, 라면 값 하나까지 스스로 벌어야 하는 부담감. 먹고 살려면 끝도 없이 긴 세월 동안 회사를 다녀야 한다는 아득함. 나는 과연 라면 몇 개 만큼이나 부자가 된 것인가? 오늘도 가슴 속에 풀리지 않는 숙제들을 안고 퇴근을 한다.

다시 5년쯤 지나면 미래의 나는 과연 어떤 노래로 지금의 내 모습을 떠올릴까?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듣는 뉴진스의 'Attention' 이려나? 어니면 키움히어로즈 응원가 중 최애인 '승리를 위한 함성?' 아니면 종종 지칠 때 꺼내 듣는 DAY6의 'Zombie'? 그때의 나는 어떤 표정으로 어떤 음악을 들으며 어떤 장면들을 떠올릴지 궁금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