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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커피를 악마의 음료라 하지만

마성(魔性)으로 따지자면 라면만 할까.

다짐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던 다이어트 결심을 무너뜨리는 힘.

.“딱 한 젓가락만~!” 비굴해지지 않고는 못 배기는 강력함.

긴 배낭여행길엔 여독을 달래며 또 다시 발걸음을 내딛게 해주는 에너지.

치앙마이에서 예약한 숙소에 일하던 아이는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하이, 신라면~!”하고 첫인사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오스트리아에서 가브리엘과 발레 공연을 보러 가는 특별한 날 우리가 특식으로 먹은 음식은 우아하게도(?) 안성탕면이었고, 융프라우에서 먹어줘야 했던 음식 역시 라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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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쫓길 때 급히 한 끼 먹어 치우던 라면이 고국을, 그리운 집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 맛이 될 줄이야.

라면의 본능은 유혹이다.

진한 향기는 국수보다 황홀하고

입에 당기는 감칠맛은 키스보다 치명적이다. 악마처럼 붉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와 같이 사랑스럽고,

연애처럼 행복하다.

(탈레랑의 커피 예찬 패러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