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가볍고 승부욕이 세고 활동하기 좋아했던 나는 늘 운동회 계주 대표 선수였다.

나에게 바턴을 건네주기 위해 우리편 친구가 열심히 달려온다. 나는 손을 허리뒤로 꺽은채 바턴을 떨어뜨리지 않고 넘겨받기 위해 온갖 신경을 세우고 당장이라도 달려갈 자세로 기다리고 있다. 바턴을 넘겨받고 모래먼지 가득한 운동장에 동그랗게 그려진 하얀선을 따라 숨이 턱에 올때까지 달린다.

목표는 결승선이다. 친구들이 나를 응원하며 방방 뛰고있다. 이겨야한다. 심장이 터질것 같고 목에서는 쇠맛이 나지만 나는 쉬지 않고 달린다.

계주만큼 하나되는 운동이 없다. 달려야하는 대표선수들도 자리에 남은 친구들도 모두 같은 목표다. 우리편의 승리를 위해 모두 같은마음으로 하나가 된다.

어린시절 달리기는 나에게 강렬한 짜릿함이었다.

늘 달리기 대표였던 나는 어느새 아이둘을 가진 40살이 되었고 몇십초 안남은 횡단보도를 다음번 신호까지 기다리기 싫을때 빨리 건너가기 위한 일이 아니면 잘 달리지 않는다.

바턴을 넘겨주는 친구도 없고 아직 뛰지 않았는데도 깜빡거리는 파란불에도 숨이찬다.

목표는 이번신호에 저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일이다.

나는 분명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는데

다리는 땅에 붙은거 같고 몸은 천근만근이고 아직 반도 못건넜는데 숨은 넘어갈꺼 같다. 이번 달리기는 글렀다. 나는 빨리 건너기를 포기하고 그냥 걷는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나에게 달리기는 강렬한 힘듦이다.

아~~~ 옛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