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라오는 이야기

"모든 독서는 이야기를 훔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는 나를 죽어라 따라온다. 그런 이야기가 있다." ㅡ 박연준, 《모월 모일》

요즘은 끌리는 대로 읽는다. 제목을 보고, 표지를 보고, 리뷰를 보고. 처음에는 내가 먼저 그 이야기에 다가선다. 조심스럽게 노크를 한다. 그러면 책은 다정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때로는 책을 덮고도 어떤 이야기가, 어떤 구절이 나를 계속 따라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삶의 어떤 골목에서 불쑥 고개를 내민다. 내가 지친 날에는 한 걸음 뒤에서 조용히 그림자를 밟아온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기 시작한 후부터 삶의 걸음 걸음이 조금 더 포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