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담쓰담 여섯 번째 주제 – 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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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등교 전 아버지는 연필을 깎아주셨다. 언니랑 동생의 필통도 나란히 줄을 서 있다.

테이블 위에 신문지를 깔고 검은색 손잡이가 있는 접이식 칼로 한 자루 한 자루 깎아 필통에 넣어주셨다.

왼손으로 연필을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칼등을 천천히 밀어내면 기다란 물고기 비늘처럼 한겹씩 깎여 나갔다.

천천히 연필을 돌려가며 같은 속도, 같은 힘으로 연필을 깎으시는 모습이 어린 우리의 눈에는 마법 같았다.

그리고는 연필을 신문지에 수직으로 세우고 까만 연필심을 사각사각 깎아주셨는데 고학년인 언니 것은 내것보다 조금 더 뾰족하게, 1학년 동생 것은 조금 뭉툭하게 글씨쓰기에 적당하게 조절해 주셨다.

길이가 짧아진 몽당연필은 아버지가 쓰시던 볼펜자루에 끼워주셨는데 그러면 내 새끼손가락만하던 연필도 금세 키가 쑥 자랐다. 그 역시 작은 우리 손에 꼭 맞도록 볼펜자루를 칼로 잘라 적당한 길이로 만들어 주셨다.

생각해 보면

아버지의 그 모든 적당함은 사랑이었다.

몽당연필도, 아버지도 그리워지는

가을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