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전의 일이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오후에 심리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우중충한 날씨에 과거를 회상하니 더욱 우울해졌다. 그래서 에버노트에 주절주절 썼다. 편지 형식으로 자기혐오와 자기비하의 글을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갔다. '일단 저장하고 나중에 지워야지.' 집에 들어와 저녁식사를 간단히 마친 후, 밀린 카톡과 인스타그램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 때, 어느 인친의 글이 불쾌하게 느껴졌다. 아름다운 20대의 자기자랑. 아까 썼던 글을 다시 읽었다. 속에서 뭔가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참을 수 없어 내 글을 지인에게 전송했다. 한번 더 읽고 생각했더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송하고 1분 만에 아차 싶었다. 전송한 글을 다시 읽었더니 산만함과 찌질함의 콜라보였다. 얼른 삭제하려고 카톡을 보니 5분후였는데 이미 상대방은 읽어버렸다. 엎질러진 물이었다. 다음날 변명 아닌 변명을 했으나 오해의 소지만 남았다. 그리고 몇주가 지나서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불안장애 치료중이라 그렇게 괴이한 글을 썼다고 말이다. 치료 잘 받으라고 답이 왔고,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서먹서먹한 감정을 조금씩 풀었다. 내 글을 세상으로 내보내는 일이나, 내 생각과 감정을 피력하는 일에는 책임과 후폭풍이 따라온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