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향 쓰담쓰담 글쓰기 두 번째 주제- 열매

노오란 국화 꽃잎 하나가 피려고

봄부터 소쩍새는 그리 울고

먹구름 속에서 천둥은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고 시인은 노래했다.

또 다른 시인은

대추 한 알이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며

그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거라고 했다.

세상 어느 것 하나 저 혼자 절로 되는 것은 없나 보다.

꽃 한 송이가 피고, 대추 한 알이 익어가는 것에도 온 우주가 힘을 보태며 함께한다는 이 신비로움!

귀향하여 농사를 짓는 넷째언니가 가족 대화방에 사진 몇 장을 올렸다.

1663030917275.jpg

엉망이 된 배추밭 사진 아래 언니는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하고 말을 남겼는데 이모티콘 하나 섞이지 않은 말이었지만 언니의 해맑은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말썽꾸러기 거위들은 원망하는 말투가 아니다. 예상대로 언니는 “맛있는 거는 알아가지고” 하더니 그래도 사람 먹을 건 남겨놨다며 오히려 기특해하는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그 아래에 큰언니는 한 수를 더 떠, 사람도 먹고 거위도 먹고 나눠 먹으면 좋지 않냐고 거든다.

20220913_114437.jpg

배추 한 포기가 속을 채워가는 동안 물을 주고 해충을 잡아주며 매일 아침 배추에게 사랑의 발걸음 소리를 들려준 언니 옆에서 꽥꽥 소리를 내며 뒤뚱뒤뚱 주위를 맴돌았을 거위에게도 약간의 지분(?)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저 배추도, 거위도 커다란 하나의 동그라미 속에서 공생하는 생명이라는 사실에 고개 끄덕일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