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시작되었다.

한낮 뜨거운 햇볕에는 입김이 세지 않지만 햇님이 퇴장하고 나면 제법 선선해지는 아직은 여린 아기 가을바람이다.

무더운 여름 덥고 습한 날씨때문에 밤낮으로 돌리던 에어컨바람에 지쳐있을 쯤 찾아온 반가운 선선함이다.

전기세 걱정없이 창문만 열면 공짜로 선선함을 내어주다니 정말 고마운 녀석이다.

가을바람이 찾아오면 나는 사춘기 소녀처럼 마음이 간지럽다. 집에 있기 싫고 사람과 만남이 그립고 자꾸 뛰쳐나가고 싶고 떠나고싶다. 가을바람은 딱 바람나기 좋게 자꾸 놀자고 등을 떠밀고 살랑인다.

가을바람이 시작되면 을왕리 바닷가 단골 조개구이집을 자주 찾는다. 적당히 익어 입을 벌리는 조개들을 초장에 찍어 한입 먹으면 지상낙원이 따로없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제철맞은 새우구이도 빠질수 없다. 뜨끈한 국물이 일품인 칼국수로 마무리를 하고 일어서면 해가 져 제법 서늘한 가을의 바다 바람이 어떠냐며 인사를 한다. 두말 할것도 없이 가을바람과 조개구이는 최고의 궁합이다. 천고마비의 계절답게 말과 곡식과 나를 살찌운다.

이제 아기 가을바람은 세력을 넓혀 한낮에도 입김이 세지고 추운 겨울로 변할것이다. 나뭇잎들은 우수수 떨어지고 두꺼운 옷을 꺼내입게 할것이다. 지금의 아기 가을바람이 너무도 아쉬울 때가 올것이다.

나는 하루도 후회없이 지금의 너를 즐겨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