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볼 때 가장 신기한 건, 늘 걷지 않고 달린다는 점이다. 매사가 신이 나고 힘이 넘쳐서 달리지 않고는 배기지를 못하나 보다. 반면 어른들은 꼭 달려야 하지 않는다면 달리지않는다. 나는 보통 회사에 지각할까봐 달리고는 했는데, 그마저도 자전거를 사고 나서부터는 달릴 일이 없어졌다. 아, 가끔 반가운 사람을 만날 때 몇 발 정도 발을 구르기는 한다. 어디까지나 땀이 나지 않을 만큼만.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이지만 달리기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무릎에 무리가 가는 느낌이고, 무엇보다 힘드니까. 달리기를 대체할 다른 유산소 운동이 많으니까. 최대한 덜 힘들면서도 재밌으면서도 칼로리가 많이 소모되는 운동을 하고 싶은 것이 나의 모순적인 바람이다.

하지만 가끔은 모든 걸 박차고 어딘가로 달려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폭발적으로 땅을 박차면서 날아오르듯 뛰고 싶을 때가 있다. 운동으로서가 아니라 삶에 대한 표현으로서, 뒤돌아보지 않고 가슴이 터질 정도로 달리고 싶은 마음. 그러나 오늘도 이래서 저래서, 비가 올까봐, 그 날이라서, 몸이 무거워서, 귀찮아서, 운동복을 죄다 세탁해서, 연휴 마지막 날이니까 달리기는 내일로 모레로 미뤄본다. 오늘은 아이폰 메모장 위를 달리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