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힘들지만 새롭다. 아침도 그러하다. 6시 30분 알람이 울린다. 발끝에 간질간질 채리의 부드러운 털이 느껴지는 아침은 괜히 더 행복해진다. 그 촉감과 온기가 미소를 지어낸다. “채리야, 잘 잤어?” 발끝을 치켜세워 조심조심 침대 아래로 내리고 이마에서 가슴으로, 다시 양 어깨로 성호를 긋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도 저희에게 당신의 평화를 허락하소서.” “오늘도 제 입의 말씀과 제 마음의 생각이 당신 마음에 들게 하소서.” 지난겨울부터 탈이 난 오른쪽어깨를 달래는 스트레칭 한 판이 이어진다. 처음엔 화가 났다, 어깨에게. 너에게 무슨 무거운 물건을 드는 일을 시킨 것도 아니고 무리하게 운동을 하게 한 것도 아닌데 탈 날 일이 뭐가 있냐고 짜증을 부려보았다, 내 어깨에게. 결국 주사도 맞고 물리치료도 받으며 살살 비위를 맞춰주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스트레칭 역시 이제 돈 그만 잡아먹고 잘 지내보자는 나의 부탁이자 아부이다. 삼척에서 남사친이 매년 보내주는 옥수수로 아침밥을 대신한다. 큰솥에 몇 번을 나눠 삶아 냉동실에 넣어두고 잘생긴 오랜 벗 민이를 떠올리며 매일아침 하나씩 꺼내먹는다. 창을 열고 날씨를 살핀다. 아파트와 함께 나이를 먹은 오래된 나무들이 보인다. 오늘도 맑음! 가끔 하늘이 흐려도 나의 오늘은 무조건 맑음! 내가 그렇게 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