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시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나에게 외로움이란 친구같은 개념이다. 카페에서 친구들과 왁자지껄 잡담해도 좋지만,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더 좋다. 그래서인지 평소에는 외롭다고 느끼지 않는다.

외로움은 나의 친구이며 또한 적대자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에 매복하고 있다가 나를 습격하는 웬수같은 것이다. 우울감은 겨울마다 어김없이 찾아온다. 가볍게 스쳐가는 해도 있지만, 제대로 한방 맞는 때도 있다. 지난 연말에 심하게 외로움을 탔다. 크리스마스 전야에 시작된 우울은 나를 방구석으로 몰아넣었다. 밤이 되면 훌쩍이며 고독을 씹어삼켰다. 성탄절도, 그 다음날도, 밤마다 불꺼진 방에서 울고 있는데, 딸이 들어왔다.

"엄마, 왜 그래? 누가 엄마를 울렸어?" 아니라고 답했다. 딸은 심리상담이라도 받아보자고 했지만, 봄이 되면 저절로 좋아지니 기다려보자고 답했다. 봄꽃이 피어도 마음은 여전히 겨울이었다.

5월부터 격주 월2회 심리상담을 받았다. 8월만 쉬고 매달 상담을 받으며 우울은 점점 작아졌다.

대신에 무기력함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고독의 시간이 나를 힘들게 했지만, 오히려 나를 알아가는 기회였다. '오히려 좋아.' 위기는 기회라고 스스로 격려하며 나답게 사는 법을 배운다. 혼자 잘 지낼 수 있으면 인간관계도 좋아지고 일도 더 잘 하게 된다. 정말 어른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니까. 오늘은 2023년 D-100일이다. 올해 남은 100일을 멋지게 살자.  오늘도, 내일도, 자신과 잘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