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사람

아이들이 어렸을 때였다. 큰 아이가 4살 둘째 아이가 2살 때 그러니까 인도로 오기 바로 전 겨울이었다. 우리는 휘경동의 어느 빌라에 살고 있었는데 그날 따라 눈이 펑펑 내렸다. 아이도 우리도 그 눈이 마지막 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적어도 자주 눈을 보지는 못할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펑펑 내리는 눈에 가족 모두가 나갔다. 남편도 나도 아이들도 신나게 눈사람을 만들면서 사진을 찍었다. 추운 날씨에도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하얀 눈송이처럼 반짝였다. 며칠 후 다시 눈이 내렸다. 아이들과 나는 작은 눈사람을 만들었다. 아이들 손보다 조금 큰 눈사람이었다. 재밌게 놀고 집에 들어오려고 하는데 성민이가 말했다. “엄마. 이 눈사람이 녹는게 싫어요. 집으로 데리고 가고 싶어요.”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되지? 그때 아이들과 나 동시에 생각 난 방법이 있었다. 바로 냉동실. 그렇게 작은 눈사람은 아이들과 함께 우리 집 냉동실에 자리를 잡았다. 심심하면 냉동실 문을 열어서 눈을 제대로 잡아 주고 코를 다시 붙여 주고. 그렇게 아이들의 눈사람은 조금 긴 시간 동안 냉동실에 있었다. 눈을 만져 보지 못한지 벌써 몇년인가. 아이들의 동심이 하얀 눈 보다는 후덥지근한 열기와 뜨거운 태양볕에 흐르는 땀과 함께 기억되는 것 같아 약간 아쉽긴 하다. 다음에는 겨울에 휴가를 한번 가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