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열심히 달리고 있는 거라고!!

체력 하나는 끝내주게 좋았는데, 지금은 어디에 내놓을수 없는 체력이 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바로 옆에는 큰 공원이 있다. 이 집에 이사를 온 후, 저 공원을 달리며 체력을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옷이 없네? 운동화를 사고, 운동복을 사고, 반바지와 나시까지 샀다.

달리기에 가장 좋은 최적의 복장을 입고, 해가 져물어갈 즈음 달리기를 하러 공원으로 갔다. 혼자 달리면 심심하니까 남편을 데리고 갔다.

달리고 싶은 나와 다르게 그는 그냥 걷고 싶어했다. 하는 수 없이 천천히 걷고 있는 그를 두고 혼자서 천천히 달리시 시작했다.

“지금 달리고 있는 거야?”

그가 걷는 속도와 내가 달리는 속도가 거의 차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달릴 거면 그냥 걸어 가.”

하지만 오기가 생겼다. 아무리 속도가 느리더라도 달리고 싶었다. 속도가 느리긴 했지만 달리니 숨이 찼다. 그게 바로 내가 걷지 않고 달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뭔가 더 열심히, 더 빨리 뛰어야할 것 같은 마음에 조바심이 생긴다. 결과물을 만들어야 할 것 같고, 더 인정 받아야 할 것 같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더 열심히 달려야할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속도가 붙지 않는다. 마치 나는 뛴다고 뛰는데, 걷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나 할까.

천천히 걸어도 될까. 아니, 그냥 잠시 멈췄다 갈까.

남들이 보기엔 걷는 거나 뛰는 거다 별반 다르지 않아보일테지만, 나 스스로는 알고 있다. 언제나 나는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 기준을 남들의 시선에 두지 말고 내 안에 있는 시선에 집중하자고 말해본다.

나는 지금 열심히 달리고 있으니, 비록 속도는 느릴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