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서 더 맛있었던 미더덕찜

내가 중학생 때였다. 당시 개인택시를 했던 아빠는 기사님들과 갔던 식당 중에 맛있는 곳이 있으면 꼭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찾곤 했다. 그래서인지 아빠를 따라서 간 식당에는 대부분 불콰해진 얼굴로 욕설을 섞어가며 시끄럽게 떠드는 기사님들이 많았다. 나는 그런 분위기가 종종 못마땅했는데 신기하게도 거기서 먹었던 음식 맛은 지금도 한번씩 생각이 난다. 특히 씹는 순간 짭쪼름한 바닷물이 터져나오는 미더덕과 아삭하게 데친 콩나물이 한데 어우러진 미더덕찜이 그러하다.

미더덕찜은 말그대로 미더덕과 콩나물을 매콤한 양념에 버무린 것이 전부인 음식이다. 그러나 주인 아주머니의 손맛이 좋은건지 너무 배가 고팠던 건지 나와 언니는 미더덕찜만 있으면 밥을 세 공기씩 먹곤 했다. 아빠는 우리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돈이 아깝지 않다고, 세상 다 가진 사람처럼 활짝 웃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아빠에게 고마움을 표하고자 더 열심히 먹었던 것 같다.

"미더덕이 뭐가 맛있다고 그렇게 먹는다냐."

엄마는 아빠와 반대로 우리 자매를 보며 혀를 내두르곤 했다. 미더덕은 입에 넣고 오독오독 씹은 다음 다시 뱉어내야 하는 번거로운 음식인데, 식탁에는 그런 미더덕이 산처럼 쌓여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미더덕은 너무 뜨거울 때 먹으면 입천장이 홀랑 벗겨지는 고역도 맛보게 했다. 이런 까닭에 성격 급한 엄마에게는 변변찮은 음식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더덕찜은 한동안 우리 자매의 소울푸드가 되어주었다. 학창시절은 물론 임신으로 속이 울렁거릴 때나 친정에 갈 일이 있을 때면 일부러 찾아먹는 음식이 되었다. 주인 아주머니의 손맛도 입소문이 나서 점점 가게가 번창하더니 직원이 십여명은 되는 음식점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얼마 전, 가족 모임을 하려고 전화했다가 안타까운 얘기를 들었다.

"이제는 미더덕찜 안해요. 누가 찾아야말이지... 다들 돼지고기 김치찌개만 주문해요."

아, 다시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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