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의 혹

                        이명덕 

누구나

제 사막이 있다

낙타의 혹 같은 것이 있다, 누구나

잠잘 때도

눕지 않는

사막

사막은 건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고 가는 것이다

대학 신입생 시절 왁자지껄한 하루가 지나고 사당역에서 홀로 오이도행 열차를 기다릴 때, 세상 어디와도 연결되어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힐 때문에 깨질 것 같은 발과 렌즈 때문에 뻑뻑한 눈, 머릿속 가득 맴도는 말들과 오지 않는 오이도행 열차⋯⋯. 멍하니 스크린도어에 써있는 시를 읽으며 외로움에 대해 생각했다. 그때 만난 시가 바로 '낙타의 혹'이다.

사람의 삶이 벤다이어그램 모양이라면, 분명 누구와도 겹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오롯이 나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 나 혼자 삼켜야 하는 말들이 있다. 이명덕 시인은 그런 부분을 '사막'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어떤 순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 끝없이 넓은 사막 한가운데 외로이 서있다.

이명덕 시인이 말했듯 그런 사막은 건너는 것이 아니라, 지고 가는 것이다. 오롯이 혼자일수밖에 없는 시간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 그리고 또다시 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외로움에 대한 내 삶의 태도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