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vs 엄마

시골에서 팔 남매를 키워내신 어머니는 ‘책은 귀한 것’이라 일러주시며 소중하게 다루도록 가르치셨다. 그래서 넷째언니가 읽던 소공녀가 다섯째언니를 거쳐 여섯째인 나의 것이 될 때까지 찢어진 곳 하나 없이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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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딸에게 ‘책은 장난감’이라 가르쳤다. 식당 놀이를 할 때 책은 쟁반이 되기도 하고, 반으로 펼쳐 빙 둘러 세워 성벽 쌓기도 하였다. 맘에 드는 구절에 밑줄을 긋기도 하고 삽화에 그림을 보태 그리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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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늘 알뜰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무청 시래기 잎 하나, 작은 백지 한 쪽도 허투루 버리지 않으셨다. 납작해진 치약을 잘라 닦아 쓰셨고 양말에 난 구멍도 기우고 또 기워 주셨다.

나는 두 딸아이에게 너무 아끼지 말라고 가르친다. 객지에서 괜히 서글퍼질까 걱정되어 먹고 싶은 거 먹고, 입고 싶은 거 입으며 살라고 지갑 안에 엄(마)카(드) 한 장씩을 꽂아주었다.

어머니는 ‘네가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도 하기 싫은 거야.’ 하시며 배려를 가르치셨다. 말없이 주위를 돌아보는 따뜻함과 조금은 손해 보는 삶을 보여주셨다.

나는 손해 보는 바보가 되지 말라고 가르쳤다. 소방서 견학을 다녀온 초등학생 딸이 친구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아서 훈련 모습을 볼 수 없었다며 울상이 되어 돌아왔다. 선생님께서 제자리에 앉아서 보라고 했는데 아이들이 일어서는 바람에 뒷줄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다투어 일어선 아이들 틈에 선생님이 시키신 대로 쪼그리고 앉아 고개만 이리저리 애타게 굴렸을 아이를 생각하니 속이 상하고, 그 융통성 없음에 화가 나기까지 했다. 결국 나는 바보같이 왜 그러고 있었냐, 너도 일어서야지 하고 말해 버렸다. 부끄럽게도...

시대가 달라졌으니

삶의 태도도 달라져야 하는 것이라고 애써 생각해 봐도 어머니가 옳았다. 어머니는 언제나 한 수 위에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