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는 반달. 백제는 보름달. 보름달은 차고 넘쳐 서서히 져가고 반달은 점점 기운을 받아 커져간다는 얘기에 신라인들이 송편을 빚기 시작해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추석에는 반달로 송편을 빚는다고 한다. 달은 차면 기운다는 얘기가 지금 내 마음 상태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마음은 보름달. 힘든 감정과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뒤섞여 복잡하다. 명절 내내 나는 더 하지 못해 힘든 것이 아니라 덜 하지 못해 힘들었다. 더 잘하고 싶어서 무리하고, 잘하고 싶어서 애썼다. 마음과 달리 몸은 한계가 있어 탈이 났다. 40대의 나, 아내, 엄마, 딸, 며느리, 나를 둘러싼 호칭들에 눌려서 나를 잊어버린 것만 같다. 내 마음에 일어나는 욕심을 바라본다. 지금 나는 시행착오를 거치는 중이다. 욕심이 된 열정이 나를 누른다. 짐이 된다. 잘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멈춰야 하는 때를 아는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다. 다치지 않기 위해 몸에 집중한다. 애쓰지 않기로 한다. 그럴 수도 있지 해본다. 글을 쓰고 마음을 관찰한다. 보름달이 기울면 차고 차면 다시 기우는 것처럼 내 마음도 그러하기를. 이 또한 지나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