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현대미술은 어렵다고 말한다.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예전에는 벽에 걸린 그림을 보고 가슴이 뭉클하거나 아름답다고 느끼며 감상을 했지만 요즘 전시장을 가보면 알 수 없는 오브제들이 즐비하고 현란한 조명과 영상들이 머릿속을 휘저어 놓는다고 한다. 물론 기획 측에서는 답하기를 "작품을 이해하기 어려우면 전시 가이드북을 읽어 보세요. 그리고 천천히 둘러보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이다. 요즘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싫어하니까 눈에 먼저 띄는 예쁜 작품을 선호한다.

오늘 "Process In It"이라는 현대 무용을 보고 왔다. Process는 제작과정이고, In은 무용수들의 몸이고, It은 그들의 몸에 담는 무엇이다. 예술감독이 인터뷰에서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된 의도와 무용의 기본 동작에 대해 설명했다. 30년을 넘게 무용을 하면서 늘 받는 질문이 "무용은 어렵다. 도대체 무용이 무엇인가?"이다. 형식적인 답을 해오던 감독은 무용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완성된 무대가 아닌 제작 과정을 보여주기로 결심하고 이번 공연을 만들었다고 한다. 무용은 완결이 없다. 완성도 없다. 이것은 마치 예술의 의미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왜 예술을 하는가'이다. 그것은 곧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난 오늘 공연을 보면서 떨림을 느꼈다. 맞아. 늘 과정 속에 있었고,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과정 위에 서 있을 거야. 예술에는 정답도 완성도 없는 것이다. 탐색의 과정이 춤이 되듯이 미술 또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기까지 작가는 수없이 많은 고뇌를 하고 시도를 하고 실패를 거듭한다. 예술이란 작가의 의식을 통해 표출된 작품으로 관객들과 함께 공감했을 때 비로소 완결되는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과 마주한다. 그것이 오늘 공연에서 본 무용수들의 몸짓, 바로 소리 없는 언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