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에서, 가을바람을 마주하는 자세 -

데일 것처럼 쏟아지는 햇살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일광욕을 하던 사람들을

나는 비웃었다.

도대체 저게 뭐람. 자외선은 어떡하려고. 햇빛이 피부에 얼마나 안 좋은데. 도대체 왜 저러고 있담.

모기가 들끓는 풀밭에 돋자리를 깔고 비키니나 속옥만 입고 누워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혀를찼다.

지랄도 풍년이지, 저게 뭔 짓이람. 여기가 바다도 아니고 동네 공원에서 저렇게 발가벗고 뭣 짓이람.

예의범절이 몸에 벤 저 먼 동양에서 온 보수적인 아줌마는 여전한 잣대로 그들을 재단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가을이 언제 오냐며, 왜 이리 덥냐며, 이놈의 지중해 나라 적응이 안된다고 투덜댔는데, 딱 하루 차이로 바람의 기온이 달라졌다.

어제는 여름이고 오늘은 가을이라는 믿기어려운 하루의 차이를 바람이 증명해 주었다.

나는 그제야 이네들을 이해했다.

뜨거운 햇살을 온 몸으로 태우며 뙤약볕에 누워있던 여인네들은.

예상치 못한 어느 한 날에 서늘한 가을 바람이 불 것을 알았던 것이다.

비키니는 두터운 점퍼로 변했고, 일광욕을 하는데신 강아지를 앞세워 산책을 하는 사람들.

햇살 반, 바람 반의 계절을 마주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