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구는 소파였다. 앉아서 티비도 보고 책도 읽고, 여차하면 기대어 자기도 했다. 하지만 자취를 시작하면서 작은 방에 소파를 들이기 애매하다 보니 소파 없이 몇 년을 살았다. '이렇게는 못살겠다!'는 생각이 든 건 어쩌면 소파의 부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거실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가장 먼저 이케아에서 노란 1인용 소파를 주문했다. 혼자서 낑낑대고 조립한 뒤에 소파에 푹 파고드니 얼마나 뿌듯하던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퇴근하면 씻고 나서 무조건 소파에 몸을 던진다. 야구도 보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무엇보다 그냥 늘어져 있는다.

소파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빠르다거나 느리다는게 아니라 분명 무언가 다르다. 마치 회복 캡슐 같은 곳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저속으로 무선 충전이 되는 느낌이다. 부담 없이, 부드럽게. 출장 끝나고 돌아가는 길, 나의 작은 노란 쉼터가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