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하교 후 집에 오자마자 나는 아들 가방을 열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가방 밑부분에 필통이 있다. 필통 안에는 빨간 볼펜 하나와 심이 뭉툭한 연필 한자루가 있었다. "아들! 이게 뭐야! 연필 내가 5개 넣어놨어. 자도 없고, 지우개도 없고! 이게 뭐여!" "엄마. 다 학교에 있어." "다 잃어버린거 아녀? 너 없어서 빌리고 다니는거 아니지? " 나는 아들에게 눈을 흘기며 필통안에 연필 3개와 지우개 하나를 넣는다. 등교 준비로 바쁜 아침이다. 어제 가방 확인을 안해 부랴부랴 가방 안에서 필통을 찾는다. 응? 없다. 필통이 없다. 가방을 요리조리 살피니 가방 바깥 주머니 안쪽에 연필 한자루가 들어가 있다. 이런! "아들! 세상에! 필통 어딨어? 여기 주머니에 연필 하나밖에 없어. 이게 뭐여! 세상에!" "엄마! 학교에 있어." "왜 학교에 놓고와!" "그게 더 편해" "그럼 연필은 어떻게 깍아?" "학교에 연필깎기 있어." "너 연필 없어서 빌리는거 아녀?" "아녀. 다 있어" 며칠을 반복했다. 잔소리하며 연필을 챙겨놓으면 연필 몇자루가 없어져있고, 또 챙겨 놓으면 필통이 사라져 있고, 또 챙겨놓으면 가방 안쪽에 필통 내용물이 흩어져 있고, 또 챙겨 놓으면 연필심이 다 부러져있고. . . 어느날 아들이 한마디 한다. 엄마가 요새 자주 하는 말이 학교에서 연필 잘 챙겨! 라고.. . 왜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들! 나는 방치되어 보이는 애로 키우기 싫어. 남이 우리 애들을 봤을때, 특히 선생님이 우리 애들을 봤을때 아, 저애는 부모가 신경쓰는 아이네 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 그게 내가 너희들을 키울때 제일 신경쓰는 부분이야. 엄마가 연필 안챙겨줘서 연필 없어 옆 친구에게 빌리는 모습 보이는게 싫다고! 그래서 연필은 꼭 필요해! ' 하지만, 아들이 도와주질 않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