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아이들을 바래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커피숍에 들렀다. 나에게 주는 작은 사치라고나 할까. 카푸치노 한 잔과 초코릿이 듬뿍 들어간 크루와상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했다. 카푸치노를 한 모금 마시고 크루와상을 한입 가득 베어물었다. 입안 가득 달달한 초코릿 크림이 번졌다. 다시 카푸치노를 한 모금 마셨다. 에스프레소와 우유거품으로만 만들어진 카푸치노는 쌉쌀하면서도 고소했다. 쌉쌀한 맛과 달달한 맛은 왜 이렇게 잘 어울리는가. 마치 비슷한 성격인 줄 알고 결혼했지만, 알고보니 너무 다른 부부의 모습같다. 함께 살다보니 어느새 닮아버린 그런 부부.

오른쪽 테이블에서 세 사람이 앉았다. 그 중 한 남자가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담배에 대한 에티켓이 전혀 없다. 나는 “담배좀 꺼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탈리아말을 못하는 나는 담배 냄새를 꾸욱 참고 간접흡연을 했다.

왼쪽 테이블에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두 분이 앉았다.

나는 다시 카푸치노 두 모금에 크루와상 한입을 먹으며 핸드폰 속 세상을 드려다보았다. 옆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말을 한 마디도 모른다.

마지막 남은 크루와상을 입에 털어 넣었다. 컵에 남아있는 카푸치노 우유 거품을 작은 티스푼으로 떠서 입에 넣었다.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그때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나에게 뭐라고 말을 했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Non capito italiano” (이탈리아 말 이해 못해요.)

“can you speak english?”

그 할아버지는 막 웃으면서 말했다.

“NO~ english~”

나는 막 웃으며 그 자리를 떠났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공부하다 만 이탈리아어 노트를 다시 꺼냈다.

다시 이탈리아어를 공부해야 할 때가 되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