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

H는 오후 4시경 산 길을 걷고 있었다. 산속은 조용했고 가끔 새소리가 들려왔다. H의 집 앞에는 낮은 산이 있는데 그것은 산등성이처럼 구불하게 이어져 꽤 긴 산길로 이어져 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엔 좁아서 H는 주로 혼자 산책 삼아 다녀오는 곳이다.

길 가에는 소나무들이 즐비한데 키가 그리 크지 않고 등이 휘어져 있다. 낮은 산이어서 그런지 드문 드문 산 아래 밭을 일궈 놓은 곳도 보인다. 쌀쌀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어리고 푸릇한 것들이 땅에 의지하여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흙냄새, 바람 냄새가 어우러져 H의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진다. 소리 없는 것들의 소리가 H의 귀를 간질이고 생명의 덩어리들이 울컥 심장의 문을 열어젖힌다. 순간 H는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까지의 넓은 공간 안에서 공명이 울리고 있음을 느꼈다. 살아있음의 증거인가. 생명들의 재잘거림인가.

H는 살아있음을 느낄 때 삶이 한없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경이로운 존재감을 느낄 때도 마찬가지였다. H에게 삶이란, 살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사랑과 경이로움이 아닐까. 목적을 달성하고 성공하는 삶이 아닌 진정한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 그 시간들이 모두가 다 H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것이었다.

그래서 목표를 위한 삶보다 '나'라는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사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H는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지가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H는 산에서 내려오면서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