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번째 주제는 ‘가을 그리고 겨울’이다. 가을이 주는 이미지는 가을하늘과 가을바람 등으로 여러 차례 글로 적어본 적이 있어 뾰족이 글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가을 그리고 겨울? 두 계절의 이야기를 묶어서?’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떠오른 시 - <사랑은>.

참 오래전부터 애송하는 시다.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 천 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 나눠 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 한 별을 우러러보며

겨울을 보내기 위해 가을엔 어떠해야 하는지 겨울을 우린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우리에게 왜 겨울이 있는지 같은 듯 다른 물음에 대한 답을 가르쳐 주는 듯하다.

가을은 함께 나눠 가질 사과를 준비하는 계절이다. 겨울은 우리에게 그 사과 하나를 둘로 쪼개 나눠 먹게 하는 사랑을 가르치는 계절이다. 그 사랑의 힘으로 우리는 다시 봄을 기다릴 수 있고 봄의 언덕에 다시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을 수 있게 된다.

모두 사랑이 하는 일이다. 하여 사랑 없이는 겨울은 춥고 봄은 묘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