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한 알>이라는 시가 있다. 하나의 열매를 맺기 위해 태풍과 천둥과 벼락과 어두운 밤과 무더운 날이 필요하다고 시인은 말한다. No pain, no gain. 인생도 대추나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삶의 열매를 맺기 위해 고통과 실패의 벽에 부딪히고, 상실과 후회의 쓴맛을 보면서 말이다. 나의 20대는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간이다. 젊음의 날에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그곳을 빠져나오려고 애썼다. 다시 늪에 빠지지 않으리라 결심했지만 비슷한 상황은 반복되었다. 나의 삶에 어떤 열매가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아직 열매를 맺어가는 과정이니 좀 더 인내하라고 내 안의 다른 내가 답했다. 태풍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천둥과 벼락에 놀라는 나날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날이 다시 오더라도 반드시 가을은 온다. 지금은 늦여름이니까 가을이 되길 기다려야 한다. 나의 가을이 기다려진다. 열매맺는 그날을 기꺼이 기다리며 오늘도 무언가에 마음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