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 대하여

어릴적 나는 엄마와 시장가는 것을 좋아했다. 엄마는 나보다 한참 키가 컸는데 나는 엄마 팔짱을 끼고 안동에 있는 구 시장과 신 시장을 걸어갔다. 엄마는 시장에서 필요한 야채를 사고 두부를 샀다. 두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구수한 손두부 냄새가 나는 두부 가게를 지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려졌다. 엄마 손에는 콩나물과 나물들이 가득 들어 있는 검정 비닐 초록 비닐이 있었다. 그리고 아주 가벼운 나물 들이 내 손에 들려져 있었다. 나는 엄마의 팔을 잡고 걸었는데 특히 엄마의 팔의 보들 보들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길을 걸으면서도 엄마의 팔 안쪽의 보드라운 부분을 만지곤 했다. 엄마와 걷는 골목길. 엄마와 좁은 골목길을 걸을 때면 나는 엄마의 냄새와 엄마의 보드라운 살결과 엄마의 목소리가 좋았다. 나지막히 내게 말하는 엄마는 그시절 내게 전부였다. 엄마는 나이가 들었고 이제는 그 힘들다는 갱년기도 거의 마쳐 간다. 엄마의 갱년기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처음 맞는 일이었다. 나는 엄마의 하나 밖에 없는 딸이었지만 갱년기는 그냥 그렇게 지나간다고 생각했고 말로만 엄마를 걱정했다. 그렇게 엄마는 갱년기로 두 번 응급실에 실려 갔고 매 번 몸이 좋지 않아 또 마음이 힘들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아빠도 나도 남동생도 그저 엄마가 겪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머리가 묵직하게 아프고 가슴이 두근 거리고 여러가지 증상이 있다고 했지만 무심한 딸은 인터넷 검색한번 해 보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초 드디어 엄마는 병원에서 주는 호르몬제를 먹기 시작했고 몸이 많이 회복되었다고 했다. 호르몬제를 먹으니 훨씬 몸이 좋다는 엄마의 목소리를 전화로 듣던 나는 그제야 나의 무관심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식은 그랬다. 아무리 엄마가 좋고 부모가 좋다고 해도 자기 자식만큼 부모를 챙기지 못했다. 나는 그런 자식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엄마도 나를 그렇게 사랑해 주기에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걸까. 그러고 보니 엄마와 함께 시장을 걸어본 지도 오래 되었구나. 내년에 휴가를 가면 꼭 엄마와 함께 시장을 걸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