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마르크스의 말이다. 이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니란 걸 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 더위가 걷히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때. 하늘은 드높고 바람이 가벼워지는 예쁜 가을이 시작되면 아이러니하게도 내 몸은 무거워진다. 어깨가 내려가고 엉덩이가 내려간다. 가라앉는 몸과 함께 마음도 가라앉는다.

평생을 갖고 가야 하는 병이 있다.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고 약도 받아 와야 한다. 희귀질환으로 등록이 되어 치료비 지원이 되지만 그 약이 치료제가 아니라 진통제인 걸 알기에 이젠 꾀(?)가 생겨 몸 상태를 보며 스스로 조절을 한다. 하지만 환절기는 좀 힘들다. 계절의 변화에 몸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더 걸린달까.

내 몸이 내 말을 듣지 않을 때는 희한하게 마음까지 내 말을 듣지 않는다. 한두 해 겪는 일이 아닌데도 괜히 우울해진다.

하지만 나의 우울에 외로움은 없다. 곁에서 내 몸과 내 맘의 눈치까지 살피며 배려하는 가족이 있기에.

어젠 서울에서 고운 빛깔의 립밤과 탈모샴푸와 네이비색 원피스가 왔다. 큰딸 영이의 예쁜 짓이다.

“이게 다 뭐야~?” “그냥 엄마 선물.”

이러니 내 우울은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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