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지난 9월 저는 원래 운영하던 블로그를 두고 새로운 아이디와 닉네임을 만들어 도서 블로그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저는 나를 위해서는 소설도 시도 읽지 않는 삭막한 어른이 되어있더라고요. 나름 아이들을 책으로 교육한다는 엄마이선생이면서 정작 나의 독서생활은 황량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어렸을때 부터 좋아했던 ‘독서’ 서점만 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있고 산뜻한 새책냄새부터 곰팡이 핀 헌책 냄새까지 책냄새가 너무 좋아서 책이 있는곳에 늘 머물고 싶어했던 어린 나를 되찾기로 결심했죠.

그렇게 다시 시작한 독서. 한 권, 한 권 읽은 책이 쌓여나가고 남의 글을 읽고 남의 생각을 리뷰하다보니 조금씩 내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습니다.

보고서를 쓰고 평가의 글을 쓰고 남의 글에 대한 생각은 쓰면서 내 이야기를 쓴다는 생각은 어린 시절 이후 해보지 않았어요.

생각해보니 저는 한글을 떼고 얼마 안되어 시를 쓰던 아이였습니다. 제가 시라고 끄적여놓은 글을 부모님이 보관해두시고는 손님들에게 자랑스레 펼쳐보이셨던 기억이 나는군요. 어쩌면 글쓰기는 제 DNA 속에 이미 내재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설교 원고를 준비하시며 하얀 백지를 깜지로 바꾸어 버리시던 아버지, 책으로 둘러쌓인 안방에서 무슨 말인지도 모를 두꺼운 책들의 제목을 읽으며 잠들던 어린시절…

글쓰기의 세계로 빠져든 것은 필연인가봅니다.

결정적으로, 우연히 만나게 된 책 ‘쓰다보면 보이는 것들’이 저의 글쓰기 본능을 일깨워주었어요. 글쓰기로 나를 되찾았다는 세 여자들의 이야기. 쓰다가 그녀들이 발견한 것들을 나도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나도 쓰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뛰어든 매일 글쓰기.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보고 느껴보고 떠올려보는 소중한 시간.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와 만나고 내일의 나를 그려보는 시간. 일상에 치여 빠듯한 시간을 쪼개어 두서없는 글을 쓸 때도 많았지만 그렇게 조금씩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내 이야기를 누가 궁금해할까 나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들이 과연 세상에 필요할까 고민되다가도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글쓰기, 그리고 꼭 나같은 누군가를 위한 글쓰기라 생각하니 다시 키보드를 두드릴 용기가 생깁니다.

왜 쓰냐고 물으신다면 아직은 우물쭈물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그저 내 속에 꿈틀대는 무언가가 나를 글쓰기로 이끌었다 정도로 얼버무리겠습니다.

같이 쓸 수 있어 참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과 글쓰기 메이트로 함께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