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을 야물딱지게 잘 하는 편이 아니라 우리집은 꽤나 어수선합니다. 어렸을때부터 자취를 했기 때문에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는 일가견이 있는데 정리정돈이라던지 깔끔함을 유지하는 것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왔어요. 그래서 우리집은 뭔가 딱히 포근하다거나 아늑한 느낌이 드는 건 아니에요.

첫 아이가 아직 어리던 시절. 아직 너무 모든 것이 낯설어 틈만 나면 친정으로 달려갔지요. KTX 기차표로 돈을 얼마나 썼나 몰라요. 아이도 어렸지만 저도 어렸기에 남편과 꾸린 이 가정이 내 가정이라는 마음이 잘 안생겼던 것 같아요. 육아는 고달프고 살림은 힘들고 내 집은 전쟁터 친정은 휴식터.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저도 조금씩 성숙해지면서 나의 원가정, 친정에서 진심으로 독립하기 시작했습니다. 친정에 가는 횟수는 줄어들고 내가 사는 곳에서의 이웃, 나의 스케쥴, 아이의 친구들이 늘기 시작했죠.

내가 정말 이제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구나를 느낀 건 그 어지럽고 어수선한 나의 집에서 ‘포근함’을 느끼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곳에 다녀와도 내 집이 주는 편안함, 내 공간에 대한 소중함, 내 침대와 이불이 주는 포근함이 좋아졌습니다.

포근한 나의 집. 이곳에서 행복을 키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