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성과는 열매에 비유되곤 한다. 지난 나의 삶은 열매를 맺기 위한 끝없는 달리기였다. 더 좋은 학교, 원하는 직장을 위해 온실을 짓고 밤낮으로 물을 뿌려대고 아프게 가지치기를 했다.

지금에 와서는 다시 생각한다. 대체 열매란 건 뭘까? 모두가 인정하는 성취만이 열매가 되는 걸까? 열매를 맺은 후에는 무얼 해야 하나? 이제는 더이상 열매를 '재배'하고 싶지 않다. 모든 것을 자연에 맡기고 하루하루 나를 스치는 산들바람에 춤을 추겠다. 그러다 문득 꽃이 피고 지고 열매가 맺히는 날이 오면 바구니에 담뿍 담아서 나누어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