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라는 안개

주위에 안개가 자욱한 것처럼 앞날이 캄캄했던 적이 있다. 육아라는 덫에서 해방되고 싶은데 현실은 집 앞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을 때. 나는 다 그만두고 조용히 사라지고 싶은 충동과 그래도 어린 녀석을 생각해 참아야 한다는 억제 속에서 내면의 갈등을 겪었다.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잘 버티고 있는 것 보면 나에게도 모성애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딸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한때 아이가 나를 괴롭히러 세상에 온 '괴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잘 때가 되면 내 머리카락을 계속 만져야 잠이 들었고, 너무 무서우니 엄마가 지켜줘야 한다며 자기가 잠들 때까지 나를 자지 못하게 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새벽가지 읽어달라고 졸라댔고, 원하는 게 있으면 정말 넌덜머리가 날 정도로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요구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다른 방안을 찾으면 됐을텐데 그때는 왜 모든 게 다 힘들고 화가 났는지 이제는 오히려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이제 내 손이 거의 필요 없는 상황에 이르니 어느 책 제목처럼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안개가 걷힌 것인지 내가 그 사이를 뚫고 나온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안개도 나도 조금씩 움직였을 것이다. 한발한발 주춤주춤. 바람도 조금 도왔을 것이다. 그러니 그저 멈추지 않고 나아가면 언젠가는 좀 좋아지겠지. 큰 아이가 곧 열여섯이 되어가는 지금, 육아라는 안개가 희미해졌음을 느낀다. 공부라는 산 하나가 나타났다는 것도...

#쓰담쓰담 #안개 https://www.instagram.com/p/CmrJoP4rO4F2hwol_BRYz6_Nqa7XIx10VlR5XU0/?igshid=MDJmNzVkM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