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은 내게 힐링 장소 였다. 고3 때 한창 유행이던 배두나 머리스타일을 따라했었다. 나름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대학교 1 학년 때 경상도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서울로 처음 올라와 보내던 방학. 친구와 함께 가장 저렴 하면서도 유명했던 이대 한 미용실에서 김하늘 머리를 따라 했다. 긴머리의 굵은 웨이브. 이미 나는 김하늘이 되어 누군가에게 무전을 쳐야 할 것만 같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로 일했을 무렵 나는 중단발에 굵은 파마를 좋아했다. 뭔가 세련된 도시인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가끔 미용실을 잘못 가면 귀여운 사자머리가 되곤 했다. 인도에 와서는 미용실을 한번도 가지 않았다. 처음은 머리카락을 잘 짜르지 않는 인도 여인들 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긴 머리를 유지했었다. 물론 한국 나갈 때 마다 미용실에가서 매번 매직을 했었다. 해외에서 웨이브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으니까. 그런데 2015년 초. 5년간 길러온 긴 머리를 자르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 흔한 미용실이 이곳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 사실 시골 마을에도 미용실이 있었지만 인도 미용사를 믿지 못했기 때문에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원래 내가 좋아하던 중단발로 머리를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 미용사가 되었다. 거울을 보고 싹뚝싹뚝 머리 카락을 잘랐다. 물론 들쭉날쭉 엉망 단발머리가 되었지만 그 자체로 쾌감이 있었다. 머리짜르는 쾌감. 역시 내가 머리 카락을 자르던 미용실을 가던 머리에 변화를 주는 것은 뭔가 짜릿한 통쾌함이 있다. 올해 초 한국에서 해온 매직 C 컬이 이제 효과를 잃어버릴려 한다. 아. 내년에 한국에 가면 미용실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