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헤어

참 희한하다.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르는 것은 다 똑같은데 어떻게 잘랐느냐에 따라 완전 다른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는 이걸 큰 아이 낳고 어쩌다 들어간 미용실에서 처음 알았다. 마트 안에 있는 프랜차이즈 미용실이었는데, 남편이 아이들 데리고 장을 보는 동안 머리를 자르기 위해 찾아간 곳이었다.

'윤지'라는 헤어디자이너는 나에게 하나로 묶고 다니는 것보다 '보브컷'이 잘 어울릴 것 같다며 한번 시도해보라고 제안했다. 단발은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변화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알아서 잘 해달라고 말하며 머리를 맡겼다. 그렇게 30여 분이 흐른 뒤, 거울을 보자 나는 전보다 세련되고 조금 더 유행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줄곧 윤지님께 머리를 잘랐고, 그분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녔다. 그사이 윤지 헤어디자이너는 대형 미용실의 원장님이 되었고, 내 머리 스타일도 5년 가까이 보브컷과 짧은 단발 사이를 오갔다.

그러다 서울로 이사한 후, 나는 마음에 드는 미용실을 찾지 못해 머리를 기르게 되었고 5년이 지나 다시 전주로 내려왔을 땐 머리 길이가 팔꿈치까지 올 정도로 길어있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윤지 원장님이 있던 미용실에 가봤으나, 코로나 때문인지 그 상가는 텅 비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집 앞에서 한 번씩 머리 길이에만 변화를 주는 정도로 미용실을 들락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싶어 인터넷에서 '여성 컷트 잘하는 곳' '머리 잘 자르는 곳' 으로 검색을 했다. 우연히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았는데, '윤지 원장님'이라고 누군가 쓴 댓글이 눈에 띄었다. 나는 바로 윤지 원장님의 개인샵이라는 '윤☆ 헤어'에 전화를 했고, 내가 아는 분이 맞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고객님 기억해요."

무려 7년 만에 예약이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윤지 원장님의 개인샵은 우리 집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었다. 나는 바로 찾아갔고, 원장님과 아주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수다를 떨었다. 5년 사이에 원장님에게는 많은 변화가 찾아온 듯 보였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서인지 전보다 더 부드럽고 넉넉해보였다.

"원장님, 저 또 보브컷으로 자를까요?" "음.... 고객님, 지금은 보브컷보다는 미디움 단발이 더 나을 것 같아요."

그리하여 나는 난생 처음 가운데 가르마를 시도했고 어깨에 닿을 듯 말듯 한 길이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왔다. 역시, 윤지 원장님의 솜씨는 그대로다. 윤☆ 헤어, 정말 인생 미용실이다.

#쓰담쓰담 #미용실 https://www.instagram.com/p/CmoVOvOLC3j4Bfo9aMe_x4Vv1C7OvVmPJEQ9y00/?igshid=MDJmNzVkM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