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겁이 많은 터라 내 머릿속은 항상 복잡하다. 인상이 좀 험악한 남자가 뒤에서 걸어오면 별별 생각이 떠올라 걸음이 빨라지고 앞에서 차가 달려오면 운전자가 나를 치고 갈까봐 한쪽 구석으로 요령껏 숨는다. 가끔은 그때그때 해야할 일을 하면서도 혹시 결과가 안 좋으면 어쩌나 싶어 두렵기도 하다. 일상 자체가 불안하다고 해야할까.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해야할까....

이런 내가 너무 소심한 것 같아 대담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아서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 금방 잊고 만다. 그래서일까. 나는 한번씩 낯선 곳으로 떠나는 실수를 저지른다. 나에게 모험은 스트레스고 변화는 두려움인데 그 모든 것들이 결합된 장소를 찾는다. 여행이란 이름으로. 가만보면 여행은 나처럼 불안해하는 사람에게 숨기 딱 좋은 방법이다. 여행지에서의 두려움은 너무 당연해서 두리번 거려도, 실수해도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과 압박을 잠시 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