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시절인연

처음 들어보는 불교 용어, 시절인연. 만나야 할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만나고, 인연이 아니라면 애를 써도 어짤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가 됩니다.

제가 이해하는 선에서 기독교에서는 이것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 누구와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것 하나하나가 다 하나님의 예정 가운데 있다는 뜻이지요.

예정되어 있으니 그럼 인간은 아무런 선택과 자유의지가 없는가? 아니요. 기독교의 신은 인간을 너무 사랑해서 자유의지를 허락했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어리석고 모나고 죄된 결정들에도 불구하고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나가시는 분이 하나님입니다.

저에게 주신 배우자,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얼마나 귀하고 저에게 꼭 맞는 사람인지. 재미로 해본 MBTI 결과의 마지막 한자리까지 반대인 사람과 살면서 너무너무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의 잘못도 아니고 성격차이도 아닌 내가 단단해지도록 예정된 나의 훈련교관이라는 것을 압니다. 반대로 나 또한 그에게 모난 곳을 두드리는 ‘정’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압니다.

나는 내 의지로 나의 동반자를 택한 줄 알았는데 태초부터 계획된 이와 살고 있다 깨달으니 이만큼 귀한 인연도 또 없습니다.

14년동안 나를 성장시켜 줘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짝꿍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