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알게 된 것은 대학시절 때 였다. 그저 대학교 기숙사에서 지나가면서 얼굴을 볼 정도였고 그리 친하지도 그렇다고 안 친하지도 않은 사이였다. 그때 나는 남편과 한참 사귀고 있을 때였고 그녀에게도 남자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대학 시절 나도 남편도 사랑에 미숙 했고 자주 싸웠다. 나만 바라봐 주길 원하는 나와 아르바이트야 뭐야 일이 더 바빴던 남자친구 였으니. 그렇게 자주 싸우다 우리 사이는 많이 벌어져 있었고 그때 남편이 예전 좋아했던 그녀를 다시 그리워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와의 힘든 시간이 예전 좋아했던 여인을 기억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그런 남친의 모습에 실망했고 우리는 헤어졌다. 나 말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었다는 사실 그 하나로 나는 너무 힘들었기에. 한 달 조금 넘은 시간을 힘들어 하다 우리는 다시 만남을 이어갔다. 조금더 성숙해진 마음으로. 나는 남편의 마음을 뺏어갔던 그녀가 밉기도 했고 원망 스럽기도 했다. 시간은 지나 남편과 나는 결혼을 했고 그녀도결혼을 했다. 나는 그렇게 그녀와 인연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의 가정도 우리 가정도 비슷한 시기에 해외에 나가게 되었다. 필요한 정보 공유차 연락을 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그녀는 떠나는 나를 위해 행운을 담은 1달러와 편지를 전해 주었고 나는 인도에서 가끔 카톡으로 연락을 했다. 어색한 카톡 메세지는 짧은 통화로 바뀌었고 짧은 통화는 조금 더 긴 통화로 바뀌었다. 어색한 인사에서 일상 생활을 나누는 통화가 되고 조금 더 지나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인도에서 생활하는 긴 시간 만큼이나 그녀와의 관계는 언니 동생을 넘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친구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이제는 그녀와 나 둘다 서로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었다. 나의 이런 모습을 처음부터 가까이서 지켜본 친구가 말했다. "야. 아니 뭐 할리우드야? 뭐야? 어떻게 그 언니랑 친해질 수가 있어."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러니까.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오늘도 그녀에게 연락을 한다. 하루라도 서로에게 연락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돛을 것 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안부를 전하고 마음을 전한다. 시절인연. 나의 시절인연은 이렇게 특별하게 다가와 깊이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