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부회장에 당선된 날

12월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다음 해에 학생들을 대표할 전교 회장과 부회장을 뽑는다. 딸아이도 어제까지 밤새 끙끙 거리며 연설문을 쓴 터라, '박장대소'라는 글감을 보자 선거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작년 전교 부회장 선거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이는 강당에 모인 학생들에게 자신을 전교 부회장으로 뽑아달라고 자신있게 외쳤는데 사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고 했다. 그렇게 초조한 심정으로 결과를 기다리던 중, 자신이 당선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너무 좋아서 제정신이 아니었단다. 친구들, 선배들, 그리고 선생님들까지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네며 자신을 보고 활짝 웃는 통에 하교할 때까지 화답하느라 입술에 경련이 일 지경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한 친구가 아이를 보더니 꺄르르 웃으며 한마디 했다고. "소연아, 너 가방 거꾸로 맸어!" 들뜬 마음에 가방을 거꾸로 맨 줄도 모르고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갔다는 것. 지퍼가 잘 잠겨있었으니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내용물 다 쏟아질 뻔 했다고 말하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기분 좋은 소식이 더해져 모처럼 온가족이 눈물나게 웃었다.

#쓰담쓰담 #박장대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