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재 집필 위원으로 첫 발을 떼다

지난 여름, 나는 컴퓨터 앞에서 책과 한바탕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견습 기간을 마치고 드디어 독서논술 교재를 집필해야 하는 차례가 된 까닭이었다. 어떤 식으로 교재를 꾸려야하는지 틀은 짜여져 있었지만, 막상 흰 종이를 앞에 두고 앉으니,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 내가 이 책으로 수업한다 생각하고 써보자!'

마음을 가다듬고, 이미 여러 번 읽은 책을 또 다시 펼쳐 학생들이 꼭 짚어봐야 할 부분들을 체크했다. 수업 도서는 유한양행을 세운 유일한 박사에 대한 것으로 전 재산을 기부하며 생을 마감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주제를 '나눔'으로 잡고, 관련 어휘와 책 내용을 정리해나갔다. 또 아이들이 나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실천해볼 수 있도록 발문들을 써 내려갔다. 하나하나 내용을 채우기 시작하자, 처음의 고민은 사라지고 그간 독서지도사로 일한 '짬밥'이 빛을 발한다는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으로 들뜨기 시작했다.

'너무 잘 썼다고 다들 깜짝 놀라는 거 아냐? 첫 회의에서 이 원고 그대로 가자고 하면 어쩌지?'

며칠 후, 1차 회의에 참여해 집필한 원고를 보며확신에 찬 목소리로 브리핑을 했다. 그 순간까지도 나는 다른 집필 위원들과 연구원에게 칭찬을 듣지는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쓴 원고는 보기 좋게 까였고, 3차 회의까지 다른 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열심히 고치고 쓰고 고치고 쓰는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그때 내 머릿속은 한여름 태양마냥 뜨거웠지만, 수업을 준비할 때와는 또 다른 시선으로 책을 대할 수 있어 값진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