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을 하고 싶을 때가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으려고 궁리할 때 생겼다. (엄마의 문장, 길화경)

천성이 좀 게으른 편입니다. 엉덩이가 무겁고 안으로 들어가면 나가는건 딱 귀찮은 스타일.

요리는 좋아하지만 설거지는 싫어하고 집이 더러우면 스트레스를 받는데 청소는 싫어합니다. 철저한 모순이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자꾸만 뒤로 미루는 버릇… 어떻게 고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예전에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쓴 책에서 이런 내용을 본 기억이 납니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는 오로지 노래연습에만 매진했고 이탈리아 유학생활 초반, 음식을 해먹거나 살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해요. 가난한 유학생 형편에 음식을 제대로 못먹고 다니다 빈혈로 쓰러지기도 했고요.

그런 조수미씨에게 스승님은 ‘아름다운 노래를 하기 위해서는 요리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삶을 가꾸어야 한다’고 조언해주시며 맛있는 파스타 만드는 법도 알려주셨다고 해요.

이게 오래전 읽은 책이라 내용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책을 읽을 당시는 굉장히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아… 밖으로 드러난 아름답고 멋진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우아한 백조가 호수밑에서 열심히 발을 젓는 것 처럼 ‘삶을 지탱하는 일’을 해내야 하는구나 하고요.

하기 싫은 일을 해내야 할 때 가끔 이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오늘도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를 개러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