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가을바람

선선한 아침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다 보면 문득 출근 중이라는 사실을 잊을 때가 있다. 여름의 묵직한 습기를 덜어낸 가을바람에서는 청사과 맛이 난다. 나뭇잎 사이로 내리는 햇빛을 건너 직장이 가까워질수록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바람과 함께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퇴근길의 바람은 또 다른 의미로 특별하다. 내 머리를, 얼굴을, 셔츠와 슬랙스를 쓸어내리는 바람에 나는 직장인에서 다시 자연인으로 거듭난다. 어느새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과 조금 더 두툼해진 바람결이 내 등을 두드려주는 것 같다. 가을바람은 언제나 나를 스쳐가는 듯 흔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