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몇 년전 부터 남편 매년 함께 일하는 인도 친구들과 미니 마라톤을 도전했다. 덕분에 나도 달리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내 몸은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한 3킬로 정도만 달리면 그날은 아파서 앓아 눕곤 했다. 속이 미식거리고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두통약을 먹고나서야 조금 나아지곤 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나는 아프기 위해 달리는 것 같아." 남편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만큼 당신 체력이 약하다는 거야. 계속 뛰다 보면 괜찮아 질거야." 그렇게 나는 일주일에 두 세번 달리기 시작했다. 물론 쉴 때도 많았지만. 나는 달렸고 아팠고 약을 먹거나 누워 있었다. 저질 체력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듯이 무거운 내 다리와 몸은 나는 달리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달리다 또 달리지 않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어느 순간 깨달았다. 더 오래 달려도 머리가 아프지 않다는 것을. 달리기 시작한 지 일 년이 좀 지났을 때 였던 것 같다. 물론 요즘도 운동을 안하다 달리면 다시 비슷한 증상이 올라온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달리기는 나를 배신하지 않는 다는 것을. 비록 천천히 나와 친해지기는 했지만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달린다. 인도의 길 거리를 달린다. 달린다. 내 인생의 길을 달린다. 달린다. 꿈을 향해 달린다.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을 그 시간들을 나는 달린다.